이것은 증류기다. 남편은 이것으로 술을 증류한다. 부엌 한가득 어지럽혀두는 것이 싫어서 잔소리를 하니, 창고 안으로 모두 옮겨서 다시 술을 증류한다. 막걸리도 증류하고 과일주 담글 때 쓰는 엄청 많은 양의 소주도 증류한다. 너저분하게 물건들이 쌓여있는 이 창고에서 남편은 좋아서 증류한다. 술을 증류할 때는 설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30도짜리 소주를 3번 증류하여 비중기로 측정하면 알코올 성분이 85도 까지도 높아진다. 남편의 설명으론, 이 술은 다음날 머리도 안 아프고, 혈관청소도 해준단다. 만병통치 신약 개발하셨다. 어떤 이웃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 참 슴슴하게 생겼는데, 독한 걸 좋아하네" 이렇게 증류된 술은 이웃에게 선물로 나눠준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그분들은 이 선물을 좋아할까?
유튜브를 보고, 무언가를 주문하고, 차를 또 열고, 또 무엇이 안된다며 잘 못 보냈다며 투덜거리고, 한참을 열심히 하더니, 성공이란다. 괜찮을까? 안전한 걸까? 몇 년 전, 냉각수 문제로 충청도에서부터 연기 나는 차를 온 가족이 탄 상태로 달리면서도 남편은 괜찮다고 했던 분이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심해서 국도 휴게소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주차를 하자마자 주변에 차들이 우리 차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서 모두 차를 옮기느라 정신없어했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혼비백산'이란 뜻을 눈으로 알게 된 일이었다. 모두들 우리 차를 보고 있는데, 차에서 내리는 것이 정말 싫었던 그때도 남편은 괜찮다고 했다. 휴게소에서 냉각수대신 냉수를 사서 넣어가며 경기도까지 다행히 죽지 않고 올라왔다. 엔진이 더 이상..
코로나 기간에 우리는 고기동에 이사를 왔다. 자동차 구매하는데 일이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나는 개학하면 아이들을 태우고 당장 등교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로 차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방법은 중고차! 집에서 충전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플러그 인으로 나의 두 번째 차가 생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창 앞 쪽에 창문 선팅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벗겨진 선팅지가 문에 접히고 걸리고 해서, 창문을 열어도 닫히고, 닫아도 열리고 하는 바람에 문 자체가 고장 나겠다 싶었다. 남편에게 선팅 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아니란다. 자신이 잘할 수 있단다. 한번 더 속는 셈 치고 해야 한다. 그도 초보지만 낯선 곳에 찾아가기 두려워하는 나도 운전 초보니까. 남편이 문짝을 떼어내니 겁이 난다. 돈이 더 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