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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동에서 강남은 가깝지만, 한남동까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최대규모의 서베이전시, 리움갤러리 역사상 가장 많은 전시관을 내어준 사실보다, 오브제로서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나에게 오브제 생산자로서의 작가의 역할을 거부하는 필립파레노의 전시가 너무나도 궁금해서 전시관람을 참기 어려웠다. 

    한강진역의 1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pace갤러리 그 뒤로 리움갤러리가 보인다. 이 전시는 야외 전시 되어 있는 <막> 작품에서 시작된다. 내 사진은 없지만, 탑처럼 생긴 이 작품이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기온, 습도, 풍량, 미세먼지, 소음, 대기오염들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갤러리 안으로 이 데이터들을 전송한다. 갤러리 전체가 장치로의 도구가 된다.

    리움갤러리 복도 안내문

    리움에서 최대 공간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지하 1층에 두 개의 관, 1층에 두 개의 관 총 4개의 관에서 전시한다. 즉,아동교육문화센터 공간 두 개층과 M2공간 두 개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 1995~2023

    파레노는 이 눈사람을 통해서 예술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것과 예술 작품에서 보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그래서 이 눈 사람을 보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하게 되고, 어쩌면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 더러운 눈조각상을 보는 순간 이 자체가 오묘한 작품으로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과거 내가 만든 눈사람을 떠올리게 했기에 크게 공감한다. 파레노는 우리에게 친숙한 눈사람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한다. 예술이 우리 일상 속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다.

    석양빛 만, 가브리엘 타드, 지저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 2002

    태양이 사라지고, 멸망한 지구의 해질 때 석양빛으로 영원히 물들어버린 상태를 시각화 한 설치작품이다. 공간전체가 상상과 현실이 겹쳐진 몽환적인 분위기로 전환시킨다. 석양이 지면서 하늘에 펼쳐지는 다양한 색깔들, 그리고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예술 작품으로 재현한 것이다. 2층에서 내려다본 전시관 안의 모습은 나에게 아이러니였다. 태양이 사라진 절망적인 사건에 비주얼적인 미와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풍경이란.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2022

    우리는 헬륨풍선을 보며, 만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은 어항 속을 관찰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어항 속 물고기들에게 관찰당하는 존재가 된다. 내 방은 사적인 공간, 나만의 생각과 감정이며 독립된 세계를 상징한다. 반면에 어항은 투명한 경계를 뜻한다. 그 경계를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내부와 외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사이의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창 밖 트리의 한 조각 문의 손잡이가 된다. 필립 파레노는 역시 전통적인 주제나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상적인 물체의 예술적 변환뿐만 아니라, 기념일과 행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파레노가 자주 탐구하는 주제인 기억, 시간의 흐름, 그리고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경험을 재구성한다.

    피아노가 자동으로 연주되는 작품. 연주가 될 때마다 천장에서 먼지처럼 노란 가루가 떨어진다. 이것은 반딧불이를 의미한다. 천장으로 이어진 선은 피아노의 연주로 전환되는 신호로 연결된다.

     

    배두나 목소리의 공각기동대 캐릭터

    캐릭터에게 목소리가 생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리움미술관이 거대한 자동기계로 변신하는 개념이 재미있다. 외부 '막'에서 보내지는 신호에 의해 불이 들어오거나 꺼지거나 한다. 

    보이스 전시포스터와 설명
    지하 전시장으로 가는 길


    전자음과 기계음들 불규칙적으로 떠다니는 소리들 역시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값으로 움직여진다.

    움직이는 벽

    벽은 공간을 구분 짓는 벽의 역할로 존재하지만 이 벽은 움직인다.

    외부의 신호로부터 소리도 화면도 꺼졌다 켜지는 반딧불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필립파레노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기술, 자본, 인력의 절정판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느껴진다.
     


    리움미술관
     
    M2, 블랙박스, 그라운드갤러리, 로비, 데크
    2024.02.28 ~ 2024.07.07
    오전 10시~오후 6시
    마지막 입장: 오후 5시
    주차:가능(유료)하지만 거의 어려움, 공영주차장이용, 대중교통 추천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대표전화: 02 2014 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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